찌는 듯한 무더위에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사람의 삶이라는 것, 그것의 무게와 의미를 생각하며 음악회 준비를 시작하였다.

오늘 음악회는 인생 중반 그 즈음의 3040 여성들을 위한 자리이다. 그 즈음 여자들의 삶이란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로서, 그리고 또 직장인으로 살면서 삶에 찌들고 자치기 쉽다. 그런 그들이 부담 없이 앉아 음악도 듣고 사는 이야기도 들으며 힘이 솟아오르길, 다시 힘을 내길 바라는 그런 마음으로 자리를 마련하였다. 그런 의도와 너무 잘 맞는 음악가가 강내우였다. 중년에 접어드는 나이 40의 강내우. 그는 반쯤 산 인생에서 무엇을 잡고 어떻게 가야할 것인지 자신의 삶과 노래를 통해 보여주었다. 「강내우 반, 하다」는 3040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회상하며 과거의 기억이 다시 희망으로 나아가는 그런 전환점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는 대중가수를 꿈꾸며 KBS 부산가요제에 나가 대상과 세종가요제 대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 그가 고등학교 교사의 권유로 성악을 시작하였고 바리톤을 전공하였다. 32살 때 테너로 바꾸었다고 한다. 그래서 바리톤과 테너 곡을 연주할 뿐만 아니라 가요도 청중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즐겁게 부를 수 있는 목록이 될 수 있었다. 이 날 음악회의 다양한 레퍼토리는 그런 면에서 자연스런 결과이다.

첫 번째 노래는 베르디의 바리톤 아리아 「일 트로바토레(Il trovatore)」 중 ‘Il balen del suo sorriso’였다. 강내우가 7년 반 동안의 이탈리아 유학을 마치고 도미하여 처음으로 맡은 오페라의 배역이었다고 한다.

이 노래는 루나백작이 사랑스런 약혼녀를 떠올리며 부르는 곡이다. 피아노는 중음으로 껑충껑충거리며, 잔잔하고 애잔한 남성의 저음은 누군가를 애타게 그리는 듯하다. 피아노의 한 음 한 음이 가슴에 사무치게 파고든다. 중저음의 비탄을 담은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피아노 선율 없이 노래하는 부분은 읊조리듯이 연민을 담아낸다. 역시 진한 여운과 색깔이 강한 역할에는 바리톤이 제격인 듯하다. 뇌리에 인상이 꼭 박힌다.

두 번째 노래는 푸치니의 테너 아리아 「토스카」 중 ‘Recondita armonia(오묘한 조화)’였다. 이 곡은 강내우가 처음으로 테너 주역을 한 곡이라고 한다.

성당벽화를 그리는 카바라도시는 매일 벽화를 그리면서 어떤 여인을 계속해서 지켜보게 된다. 그리고 그 벽화를 완성하고 자신이 그린 마리아가 자신이 매일 기도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던 그 여인임을 알게 된다. 시원스런 고음은 화가가 자신의 사랑을 확신하는 목소리에 제격이다. 오페라가 시작되자마자 나오는 이 곡 ‘오묘한 조화’는 ‘바로 당신이야, 토스카!’라고 꼭 집어 외치는 듯하다.

ma nel ritrar costei

그러나 그녀를 그리는 동안(에도)

il mio solo pensiero

나의 유일한 생각은

ah! il mio sol pensier

아! 나의 유일한 생각은

sei tu! Tosca sei tu!

당신이야! 토스카 당신이야!

세 번째 노래는 강내우의 자작 찬양곡 ‘그날 이후’였다.

20대 후반에 성령체험을 하면서 삶이 바뀌었다. 술, 담배와 욕을 끊었다. 변화가 있는 날이었고, 몸의 주인이 바뀌었다.

그 날 이후 추악했던 모든 것 밀어내시고

가르침하신 나의 주 하나님

음란하고 교만함 가득했던 내 마음 만져주시고

낮은 마음으로 주께 엎드리게 하신 주

예수님의 십자가 내 십자가 됐으니

그 흘리신 피가 내 눈몰 되었네

예수님의 십자가 내 십자가 됐으니

그 흘리신 피로 새 삶을 얻었네

그 마음이 그 감격이 내 마음을 울려 눈물이 방울진다.

술과 담배 욕설로 더럽혀진 내 입술 정케 하시고

새 언어로 주를 찬양케 하신 주

뿌리치고 버리고 상처주던 내 손을 잡아주시고

오직 주만 붙들고 늘 기도하게 하신 주

예수님의 십자가 내 십자가 됐으니

그 흘리신 피가 내 눈물 되었네

예수님의 십자가 내 십자가 됐으니

그 흘리신 피로 새 삶을 얻었네

가사가 간증이다. 가슴 속에서 한 마디 한 마디가 뿜어져 나온다. 주님 주신 은사로 찬양하게 되어 이후에 그는 찬양 간증 사역을 하게 되었다.

그는 유학 후 한국에 와서 오페라도 하고 35살에 영산 콘서바토리 전임 교수가 되었다. 자신의 꿈이었던 노래로 먹고 살 수 있는 성공한 인생을 이루었는데도 그는 하나도 좋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의 숙제를 안게 되었다. 인생의 가치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에게 부인이 “8,90까지 살 것인데 평생 노래로 먹고 살 수 있어?”라는 질문을 했다. 그날 이후의 삶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면서 교회 음악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지휘 공부도 했다.

앞으로 4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생각하며 하나님 보시기에 좋고 가치 있는 것을 찾다 보니 다음 세대를 생각하게 되었다. 부모 없는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여 현재 네 명의 입양자녀가 있다. 앞으로 더 입양하여 10명의 입양자녀를 채우고 그 자녀들이 또 10명씩 입양하여 100명의 입양가족이 되는 것을 소망한단다. 아이들과 살기 위해 가평으로 귀촌하여 귀농학교 1기생이 되었고 목표도 수정하였다. 가문을 잘 세우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네 번째로 이은상 시, 홍난파 작곡 ‘사랑’을 불렀다. 가사가 너무 아름다운 시이다. 나도 고등학교 때 엄청 좋아했던 노래이다. 열정적인 삶, 탈거면 제대로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지막이 노래를 따라 불러본다. 간간이 피아노 소리와 목소리에 취해 눈을 감는다. 햐, 좋다!

반 타고 꺼질진댄

차라리 생나무로 있으시오

탈진댄 재 그것조차

마저 탐이 옳으리다.

사라지는 듯 한 여운. 왠지 모르게 멜랑꼴리해진다. 푹 젖어든다.

강내우는 가장 슬픈 음악을 만들고 부르는 싱어송라이터가 꿈이었단다. 가요를 좋아해서 새벽 6시까지 노래를 틀어놓고 따라 부르는 것을 엄청 좋아했는데 한동안 잊었다가 요즘 다시 좋아하게 됐단다.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는 한국의 토스티라고 말할 수 있는 이영훈이란다. 그래서 그가 작곡하여 이문세가 부른 ‘시를 위한 시’가 다섯 번째 곡이 되었다.

계속 들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정서 자체가 애잔하다. 오늘 감수성 터진 날. 소녀 감성으로 돌아간다. 여기저기서 읊조리는 소리들이 들린다. 저들도 나와 같은 날인가보다.